주독일한국문화원은 이갑철, 권태균, 김중만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7인의 사진작품들을 망라하는 사진전 <이미징 코리아 – 사람, 땅, 그리고 시간의 저편>을 2016년 10월13일부터 11월19일 까지 베를린 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개최하였다.
이 사진전은 지난 5월 헝가리에서 시작되어 내년 10월까지 독일, 폴란드, 벨기에, 카자흐스탄, 스페인 등을 거치며 이어지는 유럽순회전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베를린 전시에서는 한국인의 과거와 현재, 일상과 그 내면에 담긴 영혼, 그리고 그 뿌리에 담겨있는 전통을 아우르는 작품들 57점이 소개되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과 세심한 주의력으로 한국의 풍경과 문화, 종교와 사람들, 그리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모습을 포착했다. 독일 국립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브리타 슈미트 씨는 이번 전시작품들이 “2차대전 이후 큰 구조적 변화와 복잡한 역사를 경험한 한국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헌강과 김중만, 그리고 조대연의 작품들은 한국인의 내면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종교, 자연, 그리고 전통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색채와 빛을 찾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은 각각 한국의 자연, 옛 사찰과 승려, 그리고 고궁 및 유적 등 가장 한국적인 피사체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독일인들이 이국적인 감각과 한국 전통에 대한 이해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편, 강운구와 권태균의 작품들은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산업화와 도시화의 광풍이 일 무렵 한국 서민들의 일상을 직관적으로 조명한다. 한편, 박종우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인의 삶을 규정하는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남북 분단과 군사적 대립이라는 주제를 자신의 DMZ 사진들을 통해 보여준다. 전쟁과 분단, 산업화라는 모진 격랑 속에서도 거칠지만 순박한 삶을 이어온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갑철의 작품들은 현대적인 삶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무속신앙과 유교 등 한국인의 내면적 뿌리를 기억하기 위한 작가의 작업을 담고 있다. 독일 관객들은 거친 입자와 비틀린 프레임, 그리고 흐트러진 초점과 같은 작가 특유의 기법이 담긴 그의 작품들을 보며 일상과 영혼, 외면과 내면, 현대와 전통을 넘나드는 한국인의 내면을 강렬한 느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